'아들의 뇌' 리뷰
아직 코로나가 만연하기 전에는 산부인과에 남편인 나도 아내와 함께 들어갈 수 있었다. 함께 복도에서 대기하다가 의사선생님도 함께 만나뵐 수 있었다. 처음 아기의 심장소리를 들었을 때가 생각난다. 쿵쿵쿵하는 아기 심장소리가 매우 빠르게 들렸다. 소리도 커서 온 방이 울릴 정도였다. 아내 뱃속에 이렇게 다른 사람의 심장이 있다니! 그렇게 몇 주가 흘러 임신한 지 16주쯤 되었을 때 아이의 성별을 알 수 있었다. 아들이었다. 초음파화면을 함께 보고 의사선생님이 어느 곳이 어느 부분인지를 자세히 알려 주셨는데 솔직히 정확히 알아보지는 못했다. 그러다 어느 부분을 가리키면서 갑자기 아들이라고 하셨다. 잘 보이지는 않았지만 그렇게 내 아이가 아들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아들의 뇌'라는 책은 아내의 지인 분이 아내에게 선물해 주신 책이다. 아들이면 이 책을 읽어 보는 것이 도움이 될 거라는 말씀을 함께 덧붙이셨다고 했다. 나는 아이가 어릴 때부터 남자, 여자로 구분한다는 것이 예전부터 잘 이해가 가지 않았다. 소위 그렇게 구분하는 것 자체가 남녀차별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학교에서도 아이들 사이에서 남자아이들은 말이 안 통한다느니, 여자아이들이 계속 거울보고 춤춘다느니 하는 이야기를 하면 아이들에게 남자, 여자를 이렇게 나누어서 보면 안 된다고 교육을 해 왔다. 그러던 내 집에 '아들의 뇌'라는 책이 갑자기 나타났다. 선뜻 받아들이기 힘들었지만 왜 이렇게 아들과 딸을 구분짓는지 궁금하기도 해서 읽어 보게 되었다.
우선 이 책은 철저히 엄마의 시선에서 쓰여진 책이다. 여자로만 자라 왔던 엄마 입장에서 새로운 성인 아들을 이해하기 위해 쓰여졌다. 이 책의 장점을 생각해 본다면
첫째, 엄마의 입장에서 아들을 이해하기 위해 쓰여졌기 때문에 여자 입장에서 이해되지 않는 아들의 행동들의 이유가 잘 나타나 있다. 그 중의 하나가 바로 아들의 뇌는 좌뇌와 우뇌의 연결통로가 좁다는 것이다. 이 책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이 바로 이 부분이다. 그래서 아들의 뇌는 보다 전문화되어 있다고 한다. 수학 문제를 풀면서 엄마의 질문에 대답하지 못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한다. 또한 연결통로가 좁기 때문에 감정과 기분을 언어로 표현하는 능력이 딸보다 떨어진다고 한다. 반면에 딸의 뇌는 이 연결통로가 넓어서 좌뇌와 우뇌에서 함께 기능을 담당하며 작동한다고 한다. 무언가 설득력이 있었다.
둘째, 아들이 어릴 때부터 사춘기를 지나 청년이 될 때까지 나이에 따라 어떻게 대하면 좋을 지에 대해 나타나 있다. 각각의 나이 단계에 이를 때마다 봉착하게 되는 문제점을 보여 주고 이를 해결할 수 있는 해결책을 알려 준다. 유아기, 초등학생 시기, 사춘기 시기마다 나타나는 갈등을 부모의 입장에서 미리 예상하게 해주는 것이 이 책의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셋째, 아들의 행동이 나타났을 때 왜 그렇게 행동하는지 최대한 자세히 엄마가 잘 알 수 있도록 알려 준다. 이 책은 철저하게 여자의 입장에서 쓰여졌기 때문에 아들의 행동이 일어나게 된 이유에 대해 생각할 수 있도록 한다. 남자인 나의 입장에서는 충분히 이런 행동을 할 수 있겠다 싶은 부분도 세세하게 이유를 들어서 알려주었다. 그 이유를 찬찬히 읽어보니 나도 이래서 그렇게 행동했던 건가 하는 반성을 할 수 있었다. 아빠들은 어릴 때 한 번씩 했었던 일들이기 때문에 그렇게까지 구체적으로 생각해 보지 않았지만 이 책을 통해서 예전의 나의 행동의 이유도 조금은 알 수 있었다.
이 책은 타겟층이 확실한 책이다. 엄마 입장에서 나와는 전혀 다른 남자인 아들을 이해하기 위해 쓰여졌다. 남자가 읽어본 이 '아들의 책'은 그동안 잊고 있었던 옛날의 나를 떠올리게 하기도 하고 앞으로 태어날 우리 아들을 조금 더 잘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책이 분명했다. 그렇지만 아빠 입장에서는 아들의 행동이 조금은 이해가 가는 부분이 있다. 이런 상황에서는 당연히 이렇게 행동하겠지 하고 생각이 들면 여지없이 책에서도 똑같이 쓰여 있었다.
이렇게 본다면 책을 읽는 것도 분명히 중요하지만 더욱 필요한 것은 엄마와 아빠 사이의 대화인 것 같다. 엄마는 아들의 삶을 살아보지 않았기 때문에 아들을 이해하기 힘든 것이 당연하다. 이것은 남자들 아빠들이 도와줄 수 있는 부분이다. 부부 사이의 대화가 원활하다면 이해하기 어려운 아들의 행동을 보고 나서 아빠들에게 도움을 요청할 수 있고 왜 그렇게 행동하는지에 대해서도 깊은 대화를 나눌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의 내용이 잘못 되었다는 것이 아니라 책의 내용과 곁에서 함께 생활하는 아빠의 이야기가 어우러진다면 더 완벽해질 것이라는 것이다. 오죽 남자들이 육아에 관심이 없었으면 이런 책이 나왔을까하는 생각도 들어서 스스로 반성이 되기도 했다. 아들을 이해하려는 엄마의 마음, 아들을 모르는 엄마를 이해시켜 주려는 아빠의 마음이 함께 필요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