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운팜 글로벌서버 종료 사태
혹시 브라운팜이라는 모바일 게임을 아시는지요? 약 2년 전쯤 농장 일하는 게임이 하고 싶어서 검색하다가 제일 조회수가 많고 후기가 좋은 브라운팜이라는 게임을 발견했습니다. 라인프렌즈 캐릭터들을 이용한 농장 게임인데 캐릭터 자체도 아기자기했고 끊임없이 계속되는 이벤트, 그리고 점점 넓혀 나가는 농장에 매료되어 얼마 전까지 푹 빠져 있던 게임입니다. 매일 반복되는 일일 퀘스트를 완료하면서 소소한 행복을 느낄 수 있었어요. 또한 다른 사람들의 농장에 도움을 줄 수도 있고 나도 도움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아이디를 보면 대부분 한국이 아닌 다른 나라 사람이었어요. 그래도 어차피 채팅을 할 수 없으니 언어를 몰라도 서로 간의 래포를 느끼면서 각자의 농장을 키워 나갔지요.
그런데 2020년 6월 30일 화요일에 게임을 접속하니 갑자기 공지가 떠 있었어요. 바로 한국 단독 서비스 오픈에 따른 종료 안내였습니다. 여기에 따르면 2020년 7월 30일, 브라운팜 한국 단독 서비스가 오픈함에 따라 기존 글로벌 서비스에서의 한국 서비스는 종료가 된다고 합니다.
그리고 기존 유저에 대한 보상을 안내했는데 그 내용이 참 납득하기가 어렵습니다. 간단히 말하면 유저 레벨에 따라 다이아를 제공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다이아는 브라운팜 게임에서 일종의 캐쉬템을 사용할 수 있는 게임 내 화폐 비슷한 개념입니다. 현질로 다이아를 구매할 수 있는 것이지요. 제 레벨은 지금 89이기 때문에 보상 내용에 따르면 저는 3,000 다이아를 받을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하면 새롭게 등장하는 브라운팜 한국 서비스에서 이 다이아 3,000개로 새롭게 시작하라는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이 다이아 보상은 안드로이드 유저들만 가능합니다. 애플 사의 정책에 따라 애플 유저들은 보상을 받으려면 안드로이드 기기에 들어갔다가 다시 애플 기기로 재로그인을 하라는 그야말로 황당한 답변을 받았습니다. 저는 아이폰을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이 다이아 보상을 받기도 힘들 것 같습니다. 해결책이랍시고 제시한 내용이 정말 누구의 머릿속에서 나온 것인지 궁금합니다.
여하튼 여차저차 보상을 받아서 기존의 제 농장을 재현하려면 다이아 3,000개는 턱없이 모자란 개수입니다. 농장을 확장하는 아이템은 게임 안에서 살 수도 없고 오로지 다른 유저와의 거래나 가챠로 얻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농장을 한 번씩 확장할 때마다 필요한 아이템 수는 하나씩 늘어갑니다. 가끔씩 농작물을 수확하면 랜덤으로 얻을 수도 있는데 확률도 희박할 뿐 아니라 내가 원하는 아이템을 바로 얻을 수가 없기 때문에 계속 보관하려면 창고도 함께 확장해야 합니다. 이렇게 어렵게 2년 동안 꾸린 제 농장이 한 순간에 날아가버린 것입니다.
기존 브라운팜 유저들이 분노하는 또 하나의 부분은 이 모든 공지사항이 갑자기 이루어진 통보라는 것입니다. 이 통보가 있기 며칠 전까지 빙고 이벤트로 새롭게 캐릭터도 얻고 열심히 농장을 꾸리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정말로 갑자기 이러한 종료 사실을 접하게 되니 화가 나지 않을 유저가 어디 있을까요. 일상생활에서 지인과의 관계에서도 일방적인 통보를 받게 되면 충격이 어마어마합니다. 무언가 다른 사람들과 해나가기 위해서는 합의라는 단계가 필요합니다. 나의 생각과 다른 사람들의 생각을 한데 모아서 새로운 돌파구를 찾아내야 합니다. 초등학교 5학년 국어 교과서에도 보면 토의 단계가 나와 있습니다. 토의주제를 정하고 각자의 의견을 마련합니다. 그리고 각자의 의견을 모으고 다 함께 의견을 결정합니다. 그런데 이 라인 회사 사람들은 이러한 기본적인 원칙도 알지 못하는가 봅니다.
브라운팜을 즐기는 국가의 사람 수에서 대한민국 유저들의 비율은 지금껏 만났던 유저들의 아이디만을 보아도 극히 낮습니다. 라인 회사 사람들이 생각했을 때 다른 나라들에 비해 얼마 되지 않는 사람들이기에 대충 이 사람들에게 다이아로 보상을 건네주고 새롭게 한국의 서버를 꾸려나가자는 이야기가 나왔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건 사람들의 마음을 철저히 무시한 행동입니다. 아무리 사용하는 사람 수가 적어도 그 사람들은 각자 자신만의 농장에 애착을 가지고 열심히 하루하루 이벤트와 퀘스트를 하면서 행복을 느꼈을 것입니다. 단순하게 산술적인 계산이나 경제적인 면에서 접근하는 이러한 라인의 행동을 받아들이기가 너무 어렵습니다.
그리고 새로 한국 서버가 나온다는 이러한 통보를 받기 전에는 이 게임에 관한 어떠한 안내사항도 없었습니다. 브라운팜 공식 네이버 카페도 이제야 만들어졌습니다. 통보 공지사항 링크로 들어왔으니까요. 카페에 들어가 보면 하루가 멀다 하고 기존 유저들의 분노 섞인 글이 올라옵니다. 보면 너무나도 공감이 되더라고요. 며칠 전부터 유저들이 올린 글에 라인 측에서 답변을 달기 시작했습니다. 그 답변 내용도 재밌습니다. 한국 서비스 종료 관련한 구체적인 내용을 추가 공지로 안내한다는 하나같이 똑같은 매크로 답변이 달리기 때문입니다. 이번 라인의 처사에 너무 실망한 나머지 다시는 이 게임을 하지 않겠다는 유저들도 부지기수입니다.
앞으로 새롭게 한국 서버가 시작되려면 거의 한 달이 남았습니다. 어떤 내용의 추가 공지사항이 나올지는 모르겠지만 한번 신뢰를 잃은 사람들의 마음을 돌리기는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이 브라운팜 게임을 너무 좋아했기에 앞으로 그만둘지 계속하게 될지는 고민 중입니다. 그렇지만 앞으로 어떠한 안내를 하더라도 이렇게 사람들의 마음을 무시한 일방적인 내용의 통보는 없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그리고 이번 사태에 상처 받은 많은 분의 마음이 어서 빨리 회복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