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이유' 리뷰
학교 도서관에서 우연히 이 책을 발견하고 읽게 되었다. 소설가가 적은 에세이는 소설과는 다른 느낌을 줄 때가 있다. 나에게는 무라카미 하루키가 쓴 “먼 북소리”가 그랬다. 덤덤하게 쓴 글을 읽고 있으면 소설은 아니지만, 그 속에 푹 빠져서 편안함을 느낄 수 있었다. 김영하 소설가도 이와 비슷할까 하는 마음에 읽게 되었다. 소재도 좋았다. 여행으로 쓴 글이니 읽어볼 만하다고 생각했다.
예상은 어느 정도 적중했다. 소설과는 또 다르게 매료시키는 맛이 있었다. 하루키만큼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천천히 문맥을 따라가면 이 이야기에도 갔다가 저 이야기에도 머무르면서 나를 토스하는 손길에 그저 나를 맡기기만 하면 되는 것이었다. 예전에 읽었던 이야기도 작가의 관점에 따라 나도 같이 보게 되면 전혀 다른 이야기가 되는 경험도 할 수 있었다. 이게 내가 알고 있던 이야기가 맞나 싶을 정도였다. 그래서 더 마음에 들었다.
어린 시절 이곳저곳을 다닐 수밖에 없었던 작가만큼은 아니지만 나도 부산에 있다가 의정부로 갔다가 다시 부산으로 오는 여정을 거쳤다. 초등학교 때 잠시 머물렀던 의정부에는 초등학교의 추억과 친구들이 있다. 무슨 마음이었는지 모르겠지만 부산으로 오는 날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았다. 지금 생각하면 잘 이해가 되지 않지만 그때는 이유가 있었겠지 하는 마음이다. 연락처를 주고받은 친구들이 있었다면 조금은 달라졌을까 싶기도 하고. 요즘도 가끔 옛 생각에 의정부에 갈 때가 있다. 예전에 살던 집 근처를 돌아다니면 마음이 몽글몽글해진다. 예전에는 집이었던 곳이 이제는 여행지가 되어 버린 모습을 보았을 때 느끼던 생각과 감정을 이 책에서 만날 수 있어서 반가웠다. 여행에 이유가 있을까 싶지만 어떻게라도 이유를 붙여서 여행을 떠나고 싶은 요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