텍스트 세상

테라피스트, B.A.패리스 리뷰

제제마인 2023. 5. 14. 20:37

  제목만 봐서는 그리 끌리지 않았다. 테라피스트라니, 무슨 내용인 거지. 책도 생각보다 두껍고. 그렇지만 책 뒤표지에 쓰여 있는 ‘반전 스릴러’ 글씨만 읽고 바로 빌려서 읽어 보았다.

 

  지금까지 한국소설, 일본소설을 주로 읽어 왔다. 그런데 이 책은 영미소설이었다. 영국을 배경으로 하는 소설은 나로서는 굉장히 생소한 것이었다. 게다가 반전이 있는 스릴러 소설이라니 읽기 전부터 상당히 궁금했다. 배경이 영국이고 등장인물 이름이 영어라서가 아니라 이 책은 뭔가 지금까지 읽었던 소설과는 다른 것이 느껴졌다. 호화로운 주택단지, 파티, 티타임 등의 배경이 읽고 있으면 한마디로 미드를 보고 있는 느낌이었다. 그렇다. 한드, 일드가 아닌 미드.

 

  소설은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며 진행되고 있지만 주로 현재에 집중되어 있다. 과거는 쭉 읽어나가다가 점을 콕 찍는 것처럼 찰나에 지나지 않았다. 과거에 있었던 사건의 범인을 찾아가는 방식으로 서술된다. 작가의 시선을 따라 읽다 보면 계속해서 나오는 단서들과 마지막으로 갈수록 점점 좁혀지는 포위망, 그리고 반전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상대에 대한 믿음, 상황에 대한 판단, 가스라이팅. 이 세 가지가 적절히 섞이면 사람에게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책을 읽으면서 생각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스스로 판단해서 내린 결론이 맞다고 생각하는 것이 과연 얼마나 진실에 가까운 지, 진실이라고 할 수 있는지, 다른 사람의 의견을 무시할 수 있는지. 이 책을 읽으면서 고민하게 되는 부분이다. 현실 세계에서도 내가 내린 판단이 얼마나 옳은 지에 대해 한 번쯤 의심해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새로운 작가를 알게 되어서 기쁘다. 이 작가의 다른 작품도 읽어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