텍스트 세상
시선으로부터, 정세랑 리뷰
제제마인
2023. 5. 31. 14:37
심시선으로부터 영향을 받은 가족들이 그동안 시선의 제사를 지내지 않다가, 갑자기 하와이에서 다 같이 모여서 독특한 제사를 지내는 이야기다. 보통의 제사상이 아니라, 시선을 기억할 수 있는 물건을 하와이에서 직접 찾아서 제사상에 올리는 것이다. 그리고 이번 한 번으로 제사를 끝내고 다음부터는 다시 제사가 없는 해로 돌아간다. 심시선 여사가 쓴 글이 챕터마다 나오고, 하와이까지 가는 여정, 하와이에서의 다양한 사건들이 이 책에 등장하는 인물 수만큼 풍부하고 다채롭게 진행되었다. 각자가 기억하는 심시선과 지금 살아가고 있는 삶의 방식이 겹쳐지면서 계속해서 살아간다는 내용으로 볼 수 있겠다.
이 소설에서 인상적인 부분은 역사적인 면도 언급했다는 점이다. 하와이가 미국에 속하게 된 과정이라든지, 전쟁 중의 민간인 학살 같은 점들을 나타내어서, 하와이가 단지 지상낙원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게 해 주었다. 또한 코코퍼프, 레오나즈 베이커리의 말라사다 도넛처럼 하와이의 실제 명소도 소개해 주고 있어 나중에 한번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정세랑의 다른 소설을 읽고 싶어서 택한 책인데 읽는 동안 태호의 입장이 된 듯했다. 주류에서 철저하게 밀려나 배경이 된 느낌으로 읽혔다. 그래서 알 수 없는 소외감도 느껴지기도 했다. 그래도 읽어보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