텍스트 세상

모든 요일의 여행, 김민철 리뷰

제제마인 2023. 6. 22. 10:14

  여행 유튜브가 대세다. 심지어 공중파에도 내가 아는 유튜버들이 나와서 여행을 떠난다. 여행 유튜브를 보면 내가 실제 가지 않아도 그곳의 풍경들을 바로 볼 수 있다. 그곳의 사람들, 가게들, 나무들을 볼 수 있다. 이렇게 편리하게 여행할 수 있는 세상에서도 여행은 그 수요가 줄지는 않는다. 왜 그럴까. 내가 직접 여행하지 않아도 편하게 다른 나라의 세상을 볼 수 있는데 왜 떠나는 것일까. 내가 직접 체험하고 싶어서라고 생각한다. 내가 그곳에 들어가서 이것저것을 해 보고, 먹고, 듣고, 느끼고 싶은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여행기가 주는 의미도 특별하다고 생각한다. 다른 사람이 여행한 것을 쓴 것을 보는 것이지만, 나도 함께 여행하는 기분을 느낄 수 있다. 작가가 생각하는 것들을 나도 함께 느낄 수 있다. 작가가 보냈던 여행 속 일상들, 에피소드들을 나는 직접 겪을 수는 없겠지만 나라면 어떻게 할 것인지, 나였다면 그런 일들이 생겼을지 생각해 볼 수 있기에 여행기가 주는 매력이 결코 유튜브에 지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생각하면서 읽고 상상하면서 읽기 때문에 내가 떠나는 듯한 느낌을 가질 수 있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참 생각할 거리가 많았다. 작가가 순간순간 느끼고 생각한 것들이 이상하게 공감 가는 것들이 많았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단골집을 향해 떠나는 여행’이었다. 3년 전 리스본 여행에서 매일 갔던 단골술집에 다시 들린 경험을 이야기하고 있다. 자신의 기억 속에서 신화가 되어 버린 그곳에 다시 들리면 모두가 환영해 줄 것이라 믿고 있었는데 주인은 그녀를 기억하지 못했다. ‘Looks familiar’ 엄청나게 실망을 했지만 저자는 거기에 안주하지 않았다. 나는 3년 동안 이토록이나 변했으면서 그들의 변화에는 왜 이토록 매정한 것인가. 현실은 그들의 것이 아니라 나의 것이었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이다. 이 꼭지를 읽으면서 나는 저자의 마음에 완전히 동화되어 따라갔다. 만약 나라면 어떻게 느꼈을까. 내가 좋아하는 그곳의 사람들이 나를 기억조차 못한다면 나는 웃으며 넘길 수 있을까.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는 말이 어울리는 부분이었다. 그렇지만 여사장은 그녀를 기억했고 함께 추억 이야기를 하면서 마무리할 수 있었다. 그러면서 ‘진실은 항상 비극은 아니야’라고 말한다. 상상했던 것과 전혀 다른 진실. 나도 모르는 진실을 찾기 위해 끝없이 떠날 수밖에 없는 여행자가 되는 것. 그렇게 매듭을 짓는다. 여행자의 입장에서 새로운 것을 깨닫게 되는 부분을 나도 함께 느낄 수 있어서 이 꼭지가 참 마음에 든다.

 

  책을 읽으면서 작가의 필체가 참 편안하다고 느꼈다. 이런 책이라면 계속해서 읽고 싶다. 다른 책도 궁금하다. 더 찾아서 읽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