텍스트 세상

블랙케이크, 샤메인 윌커슨 리뷰

제제마인 2024. 2. 12. 20:51

  블랙케이크 책이 재밌다는 이야기를 듣고 도서관에서 빌려 읽어 보았다. 일단 책을 처음 본 느낌은 아주 두껍다는 것이다. 전체적으로 검은색에 글씨와 그림이 양각으로 되어 있어 옆으로 놓고 보면 정말 케이크처럼 보일 정도다. 양각으로 표시한 것은 케이크 장식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전체 페이지가 500페이지가 넘어가는 그야말로 장편소설을 눈앞에 두고 괜히 이 책을 빌린 것은 아닌지 걱정부터 들었다.

 

  그렇지만 의외로 술술 읽혔다. 크게 프롤로그와 1~4부로 이루어져 있지만, 그 사이사이에 아주 짧은 분량의 꼭지가 무수히 많기 때문인 것 같다. 계단을 천천히 올라가면 산 정상에 오르듯이 이 책도 꼭지를 하나하나 읽어나가니 어느덧 마지막이 되었다고 할까. 처음에는 많이 접하지 않은 카리브해의 이야기가 나와 조금 어색하고 생소했다. 그래도 완독을 하면서 카리브해 섬에 사는 사람들이 어떻게 생활을 했고, 이 사람들이 영국에 이민을 가거나 간호사 등 특정 직업을 요하는 일들이 많았구나 하는 것을 새롭게 알게 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이야기는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담당 변호사에게 바이런과 베니 남매가 가서 어머니의 유언을 듣는 것으로 시작한다. 유언을 들으면서 지금까지 알지 못했던 부모님의 새로운 비밀을 알게 된다. 부모님에게 인정받지 못해 가출을 했다가 아버지의 장례식에도 오지 못해 몇 년 만에 집으로 돌아온 베니. 해양 매핑 관련 일을 하고 있지만 출신으로 인해 승진에 가로막히는 상황에 놓인 바이런. 유언을 들으면서 각자 하게 되는 생각이나 관계의 변화를 알아보는 것도 하나의 재미였다.

 

  제목이기도 한 블랙케이크는 그야말로 세대를 통해 이어지는 유산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어머니가 바이런에게 물려받을 유산이라고 했을 때 그 당시에는 이해하지 못했지만,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차츰 어머니의 마음을 알게 되는 부분이 인상적이었다. 글을 읽는 초중반까지는 제목과 내용이 이어지지 않았지만 후반부로 가면서 이 내용이 점점 뚜렷해졌다. 마지막으로 치달을 때는 도대체 이야기가 어떻게 진행될지 궁금해서 책을 읽는 속도도 빨라졌다.

 

  해외문학을 그리고 이렇게 긴 책을 읽는 것은 오랜만인데 읽기 잘한 것 같다. 디즈니 플러스에서 드라마로 방영될 것이라고도 한다. 나는 구독하지 않지만 나중에 찾아볼 의향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