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점점 기온도 올라가고 마침 오늘 날씨도 좋아서 예전부터 수생으로 키우고 있던 산세베리아와 아보카도를 분갈이하기로 했다. 산세베리아는 키우기 쉽다는 말에 2년 전부터 여러 개를 키우고 있었는데 어째서인지 조금씩 말라가더니 결국 작년 겨울쯤 하나만 남게 되었다. 하나는 살려 보자는 마음에 유리병에 물을 담아서 거기에 키우고 있었다.
마지막까지 살아남은 이 아이는 그야말로 산세베리아의 명성 그 자체였다. 조금씩 뿌리가 나기 시작하더니 결국 이렇게까지 많아졌다.
금전수도 지금 물에서 키우고 있지만 정말 금전수 못지 않게 생명력이 강한 아이다. 그 보상으로 이제 화분에 옮겨 심어주기로 했다.
조금 갈라진 잎부분도 있지만 이렇게 화분에 심어 주었으니 이번에야말로 잘 키워보아야겠다. 처음 산세베리아를 들여올 때는 큰 화분에 화원 사장님이 개체수도 많이 심어주셔서 풍성했다. 하지만 이렇게 하나만 화분에 심는 것도 괜찮은 것 같다. 깔끔하고 오히려 이 아이가 부각이 되어 관리하기도 용이해 보인다.
지난 겨울에 와이프가 아보카도연어포케가 먹고 싶다고 해서 요리한 적이 있었다. 아보카도 씨앗이 생각보다 크기도 하고 아보카도를 키우는 유튜브 영상과 블로그를 본 기억이 있어서 우리도 한번 키워보자 해서 남은 씨앗을 계속 키우고 있었다. 아보카도 씨앗의 껍질을 벗기고 그때부터 지금까지 유리컵 안에 물을 넣어서 수생으로 키우고 있었다. 다른 분들보다 시간은 조금 더 오래 걸렸지만 씨앗의 껍질이 갈라져 뿌리가 나기 시작하고 반대편에서도 줄기가 나왔다. 줄기의 수도 점점 많아져서 산세베리아 분갈이를 할 때 이 아이도 함께 화분에 심어 주었다.
분갈이를 마치고 나면 식물들도 스트레스를 받는다 하여 화장실에 넣어 주었다. 화장실에서 2~3일 요양한 후에 다시 밖으로 내보낼 생각이다.
사실 내가 분갈이를 이렇게까지 하게될 줄은 상상도 못 했다. 나는 원래 식물에 아무런 관심이 없었기 때문이다. 예전에 본가에서 부모님이 여러 식물들을 키울 때에도 전혀 관심을 주지 않았다. 그냥 거기에 초록색이 있네, 이런 정도였다. 그러던 내가 이렇게 식물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텃밭관리를 주제로 한 환경연수를 듣게 된 작년 여름부터였다. 환경연수는 거의 일주일동안 진행이 되었는데 연수를 들으러 온 선생님들께 선물을 주셨다. 유칼립투스 화분이었다. 물론 환경연수답게 우리가 직접 유칼립투스를 심어서 가져가는 것이었다. 그것이 내 생애 첫 화분이었다. 내 손으로 흙을 담아서 화분에 담고 꾹꾹 눌러주고 유칼립투스의 자리를 잡아주며 가지치기까지 마쳤다. 그렇게까지 직접 관심을 쏟아본 적이 없었는데 그 후로 줄곧 눈길이 갔다. 향기도 예상외로 너무 좋아서 마음에 들었다. 그렇게 집으로 가져오고 며칠 뒤 제주도로 일주일동안 여행을 다녀왔다. 에어컨 환풍기 위에 올려둔 유칼립투스는 아쉽게도 바싹하게 말라 있었다.
하지만 이 경험을 바탕으로 식물에 관심이 가기 시작했다. 관심이 한 번 가기 시작하니 걷잡을 수가 없었다. 자구로 가득했던 기존의 화분을 싹 다 분갈이해 주었고 화분의 수도 늘어갔다. 사람들이 나이가 들면 그렇게 식물이 좋아진다던데 내가 지금 나이를 먹어서 그런건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아내도 나처럼 식물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었는데 내가 체험학습을 하듯 함께 분갈이를 하고 나서부터는 나보다 더 식물들에게 관심을 주었다.
어릴 때부터 식물은 항상 내 주변에 있었지만 관심이 없어서 관심을 주지 않았다. 내가 관심을 주지 않으니 제대로 살아 있는지도 잘 알지 못했다. 그렇지만 지금은 하루에 몇 번씩 식물들을 바라보고 화분의 흙은 촉촉한지 잎이 축 늘어져 있지는 않은지 벌레가 꼬이지는 않았는지 확인한다.
관심이 필요한 것은 식물들뿐 아니라 사람도 매한가지다. 이제 내일이면 개학을 해서 올해의 우리반 아이들을 처음으로 만난다. 관심, 관찰, 확인이 필요한 아이들이 학교에 온다. 내가 그 아이들에게 관심을 주지 않아도 그 아이들의 키와 몸무게는 늘어날 것이고 생각의 깊이도 커갈 것이다. 하지만 내가 얼마나 관심을 주느냐에 따라 그 아이들이 어떻게 변화해 가는지 면밀히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화분 분갈이 중 식물의 중심을 손으로 잡아주듯 내가 그 아이들의 방향을 올바르게 잡아줄 수 있을 것이다. 유칼립투스 향기처럼 의외의 기쁨도 있을 것이다. 내일이 더욱 기대가 되는 저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