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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신멋져 세상 2020. 5. 22. 09:21

      매일 아침 일어나자마자 하는 일이 있다. 물마시기다. 일어나면 정신이 없지만 항상 물을 먹는다. 예전에 어느 방송에서 공복에 먹는 물이 좋다는 말을 들은 이후 계속 이어지고 있다. 물은 상온에 보관한다. 우리 몸에 찬물보다 미지근한 물이 좋다는 이야기도 방송에서 들었다. 방송을 맹신하는 것은 아니지만 몇 번 행동한 후로 계속 이어지고 있다. 미지근한 물을 먹고 나면 화장실에 가서 물세수를 한다. 이때는 클렌징폼을 사용하지 않는다. 어느 방송에서 아침에는 물세수가 좋다는 말을 들었기 때문이다. 그러고 나서 티비를 켜고 아침뉴스를 듣는다. 어제 저녁에도 들어서 같은 내용도 있지만 왠지 틀어놓으면 마음이 안정된다. 한 가지에 집중을 잘 하지 못하는데 그래서 티비를 켜는지도 모르겠다. 이상하게 고요한 기운이 싫다. 티비를 틀어놓고 아침을 준비한다. 아침은 오트밀이다. 며칠 전까지는 미숫가루와 견과류였는데 유튜브 어느 방송에서 오트밀을 먹는 것을 보고 오트밀을 먹기 시작했다. 오트밀을 주문했을 때 주위 사람들에게 이야기하니 먹지 말라고 만류했다. 젖은 종이를 씹는 느낌이고 다 버렸다는 등 각자의 이야기들을 들려주었다. 하지만 일단 먹어보고 결정하기로 했다. 나는 이상한 고집이 있다. 막상 배달이 와서 두유를 넣고 데워서 먹어 보니 의외로 먹을만 했다. 그리고 점심까지 배가 차는 느낌이었다. 미숫가루보다 더 든든했다. 그 후로 계속 오트밀을 먹고 있다. 처음에는 소량으로 시작했지만 이제 조금씩 큰 사이즈로 주문하고 있다. 이 오트밀도 나의 루틴에 들어오게 되었다. 아침을 먹으면 영양제를 챙겨 먹고 캡슐커피를 한 잔 내린다. 캡슐커피는 결혼할 때 사고 싶다고 해서 산 이후로 잘 쓰고 있다. 네스프레소 시티즈 모델이다. 버츄오를 티비 광고에서 보고 매장에서 시음을 해보니 나에게는 너무 밍밍해서 그냥 오리지널 모델 중에서 선택했다. 커피를 보온병에 담고 화장실에 간다. 그리고 옷을 입고 출근을 한다. 꼭 이런 순서로 해야겠다는 다짐을 하지는 않았지만 어쩌다보니 계속 이어지고 있다. 이것이 루틴인가 보다. 이대로 행동하면 아침에 영양제를 빠져 먹지도 않고 아침이 완성되는 느낌이 든다. 가끔씩 아주 가끔씩 나도 모르게 순서를 달리한다든가 빼먹는 경우가 있다. 그러면 하루가 조금 불안하고 무언가 어긋난 느낌이 든다. 불안해서 아무 일도 못하겠다는 것은 아니지만 해야할 일을 놓친 기분이다. 그래서 웬만하면 이 루틴대로 행동하고자 한다.

     

      아침행동말고 다른 경우에도 이런 루틴이 있을까? 출근하자마자 하는 행동, 집에 퇴근하고 와서 하는 행동, 잠자기 전 하는 행동 무수히 많은 루틴이 있지만 의식하지 않고 살아간다.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각자 반복되는 일을 하다보면 자신만의 루틴이 생긴다. 아마 어제 급식을 배식해 주는 아주머니도 그랬을 것이다. 급식에는 낙지볶음이 나왔다. 나는 원래 낙지볶음을 밥에 비벼먹기 때문에 아무 생각없이 내가 원하는 대로 아주머니께 낙지를 밥에 올려달라고 했다. 약간 멈칫하셨지만 나의 의견을 들어주셨다. 옆에 계신 분도 콩나물을 밥위에 올려주셨다. 하지만 상황은 그 다음에 발생했다. 아마 콩나물을 담당하셨던 분은 나의 이야기를 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옆에 계신 계란찜을 담당하신 분은 내 이야기를 듣지 못하셨다. 나는 계란찜은 받으려고 했는데 담당 아주머니께서 갑자기 내 식판을 180도 돌리셨다. 그리고 내 밥 위에 계란찜을 올리시려고 했다. 둘다 당황해서 순간 행동을 멈췄다. 잠시 생각하시더니 원래 자리에 계란찜을 놓아 주셨다. 얼굴을 살피니 불편해 보이셨다. 굉장히 죄송했다. 내가 밥위에 낙지를 올려달라고만 하지 않았어도 이런 일은 없었을 것이다. 낙지를 담당하신 분의 표정도 비슷한 것을 깨달았다. 다시 그 상황을 떠올려 보니 급식을 배식하시는 아주머니들께도 각자의 루틴이 있었던 것이다. 그렇지만 내가 그것을 깨버렸다. 문득 아침의 내 루틴이 깨진 것을 상상했다. 그리고 다시 아주머니의 아까 마음을 생각했다.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죄송했다.

     

      이렇게 내 루틴대로 살아가다 보면 다른 사람과 충돌할 경우가 생긴다. 상대의 루틴을 미리 알고 있다면 피하거나 양보할 수 있겠지만 몰랐다면 이것을 무례한 행동이 될 수도 있다. 내가 비록 그렇게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말이다. 살아가면서 모든 사람들의 루틴을 알 수는 없다. 그렇다면 나의 루틴만을 주장해서는 안 될 것이다. 상담에서는 먼저 상대의 의견을 경청하고 공감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한다. 이렇게 해서 상대의 생각을 알 수 있고 마음을 헤아릴 수 있게 된다. 무례한 사람이 되고 싶지는 않다. 다른 사람들에게 내 루틴만을 강요하지 말아야겠다. 이것은 내 자존심이 아니라 함께 살아가는 세상에 대한 예의다. 혼자서는 살아갈 수 없다. 조금 더 나를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져야겠다. 당당하고 신나고 멋지게 져주는 자세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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