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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당연하다는 생각의 오해
    당신멋져 세상 2020. 6. 29. 10:46

      코로나19 이후의 수업시간은 예전과는 많이 다르다. 예전에는 짝활동, 모둠활동을 할 수 있었지만 이제는 거의 모든 수업을 개인적으로 진행해야 한다. 학교에 와서 다른 친구들과 의견을 나누고 다양한 생각을 확인하는 단계가 없어져 버린 것이다. 또한 학생들끼리 서로 가르쳐주는 활동을 이제는 더이상 할 수가 없다. 어떨 때는 교사가 가르치는 것보다 또래친구가 가르치는 것이 더 효과적일 때도 있지만 이제는 활용할 수 없는 수업 방법이다. 개인적으로 활동을 하게 되면 원래 잘하던 학생들에게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혼자서 생각을 하고 정리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는 학생들에게는 아주 힘든 수업이 된다.

     

      특히 국어, 특히 쓰기 시간에는 혼자서 생각도 떠올려야 하고 정리도 해야 하고 글로도 써야 하기 때문에 다른 친구의 도움을 받을 수 없는 학생들은 시간이 매우 오래 걸린다. 지난 국어시간에도 이와 비슷한 일이 있었다. 토의할 주제에 맞게 나의 의견과 그 근거를 쓰는 활동이었는데 한 명의 학생이 도저히 글을 쓰지 못하고 있었다. 중간에 힌트도 많이 주고 다른 친구들 의견을 발표도 시키면서 이런 의견이 있으니 한번 정리해서 적어 보라고 가르쳐 주었다. 하지만 1시간이 지나도록 그 학생은 결국 아무것도 적지 못했다. 이렇게 되면 수업을 진행하는 입장에서는 굉장히 당황스럽다. 그 학생을 계속 기다려주면 다른 학생들은 활동을 다 끝마치고 슬슬 지겨워지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생각하는 것을 중간에 끊기도 어렵다. 생각하는 것이 바로 공부이기 때문이다. 생각할 시간을 충분히 주었기 때문에 다 못 한 활동은 수업이 모두 마친 후에 다시 해보자고 했다.

     

      쉬는 시간에 아까 생각을 적지 못하던 학생이 나에게 찾아왔다.

      "선생님, 주장이 무슨 뜻이에요?"

      나는 너무 놀라서 잠시 동안 멍한 상태로 그 학생을 바라보았다. 나를 놀리기 위해 그런 말을 하는 표정은 아니었다. 진짜로 몰라서 묻는 시선과 표정이었다. 나는 왜 당연히 주장이라는 말의 뜻을 모두 다 안다고 생각했을까? 고학년이니까 당연히 아는 것일까? 그 학생이 1시간동안 왜 아무것도 적지 못했는지 이제야 이해가 되었다. 주장의 뜻을 알려주자 까닭이 무엇인지도 물어보았다. 그 뜻도 알려주었다. 뜻을 알려주자마자 그 학생은 돌아가서 바로 글을 적었다. 내가 조금만 더 관심을 가지고 무엇이 모르겠는지 확인했더라면 나와 그 학생, 다른 학생들이 힘든 1시간을 보내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렇지만 나는 그 학생이 단순히 생각을 떠올리지 못한다고만 여겼다. 왜냐하면 지금까지 잘 적지 못한 학생들을 떠올려 보았을 때 거의 생각하는 시간이 오래 걸렸기 때문이다. 나의 데이터에만 의존해서 이 학생도 그럴 것이라고 당연하게 생각했다.

     

      내가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방식으로 세상을 바라보면 세상은 내가 생각하는 방식대로 돌아가는 것처럼 보인다. 마치 별의 절대 등급을 무시하고 겉보기 등급대로 생각하는 것과 비슷하다. 별은 각자가 뿜어내는 밝기인 절대 등급이 있지만 지구의 사람 눈에는 겉보기등급 대로만 밝게 보인다. 구체적으로 학생이 무엇을 어려워하는 것을 알아차리지 못하고 내가 겪었던 데이터, 경험을 토대로 학생을 판단했기에 제대로 그 학생의 내면을 바라볼 수 없었다.

     

      흔히 자기의 생각과 경험만이 옳다고 생각하는 사람을 꼰대라고 한다. 요새 특히 꼰대라는 단어의 쓰임이 많아졌다. 나는 스스로 그렇지 않다고 생각했지만, 이번 일을 계기로 나도 충분히 꼰대일 수 있다고 생각이 든다. 선생님으로서의 꼰대 마인드를 지니면 발전이 없다. 사람마다 생각이 다르듯이 그 사람을 대할 때에도 사람마다 다르게 대해야 한다. 이 사건을 통해서 스스로 반성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다른 사람을 이해하는 것. 다른 사람을 충분히 관찰하고 공감해야 한다는 것이라는 것을 확실히 알았다. 있는 그래도 다른 사람을 바라보고 대하는 방법을 연구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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