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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스킹테이프
    당신멋져 세상 2020. 7. 13. 19:48

      오후에 집에 있는데 갑자기 옆에서 '펑!!!'하는 소리가 들리면서 주변이 번쩍했습니다. 실내에서 일어난 일이기에 불이 난 건 아닌지 걱정이 되었습니다. 먼저 번쩍했던 곳 주변의 콘센트를 살폈습니다. 혹시나 연기가 나는 곳이 있는지 걱정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다행스럽게도 연기나 불이 난 흔적은 없었습니다. 아까와 무엇이 바뀌었을지 고민하다 부엌등을 올려다 보니 꺼져 있었습니다. 스위치를 눌러 보아도 불이 켜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습니다. 불이 나지 않아서 다행이라는 마음과 함께 어째서 불이 나갔을까하는 원망, 이제 어떻게 해야할 지 걱정스러운 마음이 동시에 들었습니다. 침착하게 마음을 가라앉힌 후 아파트 기계실로 연락을 드렸습니다. 다행히도 빨리 와 주셨습니다. 부엌등을 보자마자 등이 나가서 바꾸어야겠다고 하셨습니다. 지금까지 일반 형광등을 사용하고 있었는데 이 제품이 나오지도 않을 것이기 때문에 조금 더 효율이 좋은 LED등으로 바꾸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을 내셨습니다. 나쁘지 않은 의견이었기에 그 길로 철물점으로 가서 LED 일자등을 하나 사왔습니다.

     

      기계실에서 오신 분이 부엌등 자리를 이리 저리 살피시더니 지금 형광등이 석고보드에 달려 있기 때문에 LED등도 여기에 달게 되면 분명히 내려 앉게 될 것이라고 하셨습니다. 그래서 조금 더 단단하게 고정을 시키려면 석고보드 위에 있는 나무에 붙여야 하는데 그렇게 되면 천장에 조금 커다란 구멍이 생기게 된다고 하셨습니다. 구멍이야 메꾸면 그만이고 무엇보다 등을 다는 것이 우선이었기에 일단을 그렇게 해달라고 부탁드렸습니다. 다행히 LED등은 나무에 잘 고정이 되었고 그만큼 커다란 크기의 구멍을 얻게 되었습니다.

     

      구멍을 메꾸기 위해 스티커나 마스킹테이프가 필요하겠다고 생각되었기에 주변에 있는 홈플러스에 갔습니다. 하지만 생각보다 스티커의 크기는 작았고, 마스킹테이프는 잘 보이지 않았습니다. 마침 주변에 직원분이 계셨기에 마스킹테이프가 어디에 있는지 여쭈어 보았습니다. 직원 분은 친절하시게도 나를 이끌고 테이프가 있는 곳까지 직접 데려다 주셨습니다. 마스킹테이프를 보았을 때 잠시 멈칫했습니다. 내가 생각한 테이프와는 조금 다른 모습이었기 때문입니다. 보통 다이소나 문구점에서 마스킹테이프를 찾으면 예쁜 무늬와 색이 반복된 작은 사이즈의 테이프가 나옵니다. 하지만 직원 분이 알려주신 곳에 있는 테이프는 이와는 조금 다른 용도로 쓰이는 것이었습니다.

     

      그랬습니다. 이 마스킹테이프는 그야말로 도장작업 및 제본에 활용할 수 있었습니다. 무엇이 문제였을까요. 서로가 알고 있는 마스킹테이프의 모양이나 개념이 달랐기 때문일까요. 아니면 제가 물어보았을 때 마침 주변에 이런 마스킹테이프가 있었기 때문일까요. 만약 알록달록한 무늬의 마스킹테이프를 알려 주셨어도 고민을 했을 것입니다. 아무튼 이 테이프 덕분에 천장의 색깔과 비슷한 무늬의 테이프를 고민하지 않을 수 있었습니다. 그 직원 분 덕분에 나는 시간을 낭비하지 않고 필요한 물건을 바로 찾을 수 있었습니다. 직원 분 입장에서는 맞춤별 안내였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마스킹테이프 위치를 알려주시기 전에 잠시 나를 몇 초간 바라보셨으니까요. 내가 어린 학생이었다면 어땠을까요. 그랬다면 아마 직원 분께서는 필요한 용도를 먼저 물어 보았을 것입니다. 앞으로 4차 산업혁명 시대가 도래해 이러한 뛰어난 분들이 기계로 대체된다면 어떻게 될까 잠시 생각해 보았습니다. 그때도 AI들은 이 직원분만큼 빠른 판단력과 눈썰미, 친절함을 갖출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물론 그들 나름의 프로그램대로 안내를 하게 되겠지만 이렇게 인간적이고 전문적인 안내는 기대하기 힘들 것 같습니다. 새삼 프로의 세심함을 느낀 하루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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