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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 개의 파랑, 천선란 리뷰텍스트 세상 2023. 5. 23. 09:50
최근에 부쩍 소설에 대한 관심이 많아졌다. 무슨 소설을 읽어야 하나 고민하던 중 이 책이 눈에 들어왔다. 한국과학문학상 장편 대상을 수상했다고 하니 어떤 내용일지 호기심이 생겼다. 부산도서관에 이 책이 있기에 빌려서 읽어 보게 되었다.
SF소설이라고 알고 읽었는데 생각보다 SF스러운 느낌은 많이 들지 않았다. 책을 읽으면서 등장하는 휴머노이드를 비롯해서 관련된 단어들, 기계가 움직이는 원리를 설명한 부분 등을 통해 이것이 SF소설이라는 것을 인지할 수 있었다.
특이하게도 경마장이 배경이다. 사람 기수 대신 무게를 줄인 휴머노이드 기수를 이용해 경마 속도를 높여서 인기몰이를 하는 설정이었다. 말의 속력을 높일 수 있었는데 그만큼 말에게 무리도 많이 가서 수명이 짧았다. 경마로서 수명이 다 한 말들은 버려지게 되는데 이 말을 조금이라도 더 달리도록 한다는 이야기 전개가 가슴 따뜻하게 전해져 왔다.
등장인물 중 은혜라는 인물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다리를 쓸 수 없어 휠체어를 타고 다니는데 은혜를 향한 세상의 시선, 가족의 대응에 대해 은혜가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은 정말로 그 입장에서 수없이 생각해 보아야 알 수 있을 법했기 때문이다. 휠체어를 탄 사람을 도와주는 것은 당연하다고 알고 있었고 그렇게 배워 왔다. 그렇지만 휠체어를 타고 있는 사람 입장에서는 그것이 그렇게 고마운 일만은 아닐 수 있다는 생각은 해 본 적이 없었다. 이 소설을 통해, SF소설을 통해 그 사실을 알 수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는데 이 점 때문에 은혜가 가장 인상적이었다. 그만큼 작가가 다른 사람의 입장에서 고민을 많이 했다고 생각한다.
이 소설은 결말부터 시작을 해서 다시 처음의 결말로 끝이 난다. 그래서인지 완성도가 높다고 생각이 들었다. 천선란이라는 작가는 처음 들어보았는데 다른 작품도 한번 읽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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