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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를 위한 증언, 김중미 리뷰텍스트 세상 2023. 6. 8. 12:02
작가의 말에서 보면 보통 믿을 수 없는 일들 앞에서 소설 같은 일이 일어났다고 말한다는 부분이 있다. 허구로 빚은 인물, 상황을 글로 엮은 것이 소설이라는 말이다. 그렇지만 이 소설을 읽고 나서 이게 과연 소설이라고 할 수 있는지, 현실을 그대로 비추고 있는 것은 아닌지 헷갈렸다.
이 글에 등장하는 인물, 여자들은 큰 상처를 안고 있다. 지영, 하늘, 결, 소연 모두 공통적으로 폭력, 성추행, 성폭력에 노출되었다. 그중 하늘은 스페인에 고립되어 있어 그러지 못했지만, 비슷한 피해를 입은 사람들끼리 소통을 하고 위로를 하며 서로를 응원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혼자서는 살지 못하고, 함께라서 살 수 있는 삶.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서로가 서로에게 증언이 되어주며 소설의 내용이 이어지고 있다. 너를 위한 증언이라는 것이 상처 입고 피해를 받은 사람들을 위해 해 줄 수 있는 최선의 것, 모든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연결고리가 되어 서로를 지탱해 준다.
작가는 어쩌면 피해자들이 홀로 외롭게 그 슬픔을 감당하려 하지 말고 소통하며 함께 할 때 살 수 있는 힘을 준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던 것일까. 서로가 입은 상처를 이해하면서 증언, 힘이 되어 준다. 소설을 읽고 조금이나마 폭력, 성폭력을 당한 사람들의 입장을 헤아려 볼 수 있었다. 잘 알지는 못하지만 그들에게 힘이 되어 주고 싶다. 증언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해 본다. 그리고 이런 마음들이 하나 둘 모였을 때 거대한 세력에 맞닥뜨릴 수 있는 힘이 되리라 생각한다. 결이 아빠에게 대항할 때 다른 인물들이 힘을 보태었듯이 이 글을 읽은 독자들도 힘을 실어준다면 더욱 강해지지 않을까. 작가가 그렇게 생각하고 썼을지는 모르겠지만 읽으면서, 읽고 나서 이런 생각들을 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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