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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무라카미 하루키 리뷰
    텍스트 세상 2023. 6. 11. 20:38

      오랜만에 하루키의 글을 읽고 싶어졌다. 소설보다는 에세이로. 항상 하루키의 글을 읽고 있으면 왠지 모르게 마음이 편안해지기 때문이다. 안 읽었던 책 중에서 달리기에 관해서 쓴 이 책을 선택했다. 예전에 읽을 기회가 있었는데 달리기를 좋아하지 않는 편이라 그때는 제목을 보자마자 눈길을 돌려버렸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고 다시 이 책이 떠오르는 건 왜일까. 물론 지금도 달리기를 좋아하지는 않는다. 다만, 하루키를 읽고 싶을 뿐이다.

     

      알고 보니 이 책은 몇 안 되는 하루키의 회고록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었다. 그걸 미리 알았으면 진작에 읽었을 테지만, 제목을 보자마자 외면해 버렸으니 알 리가 없다. 예전의 그 편안한 감정을 느끼고 싶었는데 역시나 거기 있었다. 어떻게 하면 그렇게 글을 쓸 수 있을까 하고 감탄하며 글을 계속 읽었다.

     

      소설을 쓰게 된 이유, 달리기를 하게 된 이유부터 책이 시작된다. 달리기를 할 때의 생각들, 달리기를 하면서 마주 하는 상황과 사람들을 이야기하고, 뉴욕 마라톤을 대비하기 위한 준비과정, 뉴욕 마라톤에서 겪었던 일들, 울트라마라톤, 그 후에 생긴 몸과 마음의 변화들이 이어진다. 마지막에는 트라이애슬론에 참여한 여정까지 나온다.

     

      달리기를 정말 사랑한다는 마음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매일 누가 시키지 않는데도 일정한 거리를 뛰는 것은 정말 대단한 일이다. 달리기로 시작해서 마라톤, 울트라 마라톤, 트라이애슬론까지 점점 확대되는 그의 여정을 따라가다 보면 나도 원래는 달리기를 좋아했던 게 아니었을까 하는 착각까지 느낄 수 있었다. 달리기든 뭐든 그렇게 한 가지에 푹 빠져서 스스로 최선을 다해 노력한다는 것이 존경스러웠다. 나는 이것저것 관심을 두긴 하지만 이렇다 할 정도로 깊이 있게 노력한 경험은 별로 없다. 한 가지를 계속 하니 지루하고 지겨워져서 다른 것에 눈을 돌리는 일이 반복되었다. 그래서 이 책이 더 흥미로웠나 보다. 내가 겪어보지 않을 일을 이렇게 간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는 것이 독서의 묘미지.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을 읽기 잘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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