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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인의 노트, 김익한 리뷰텍스트 세상 2023. 6. 10. 20:32
매일 조금씩 기록을 하고 있다. 학교에서 쓰는 학급일지, 매일 저녁 쓰는 일기 등 나름대로 쓰는 활동을 하고 있지만 이게 과연 잘하고 있는 것인지 의문이 들 때가 종종 있었다. 지금까지는 그저 내 마음 내키는 대로 적었다. 손 가는 대로 썼다. 조금 더 체계적이고 효율적으로 기록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던 시기에 이 책을 발견했다. 발간된 지 얼마 안 되었는데도 많은 사람들이 이미 읽고 좋은 평을 남겼기에 나도 이 책에서 도움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읽게 되었다.
읽기 전에 내가 예상한 책의 내용은 내가 지금 원하고 있는 것이었다. 어떻게 하면 기록을 체계적으로 할 수 있는지, 그 방법은 어떤 것인지 알려주는 것이었다. 그런데 막상 읽다 보니 생각했던 것 그대로는 아니었다. 일지나 다이어리를 잘 쓰는 방법이 궁금했는데 여기서는 조금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책을 잘못 고른 것일까 싶었지만 의외로 쉽게 읽혔기 때문에 끝까지 한번 읽어보게 되었다.
메모와 기록의 차이점, 키워드 중심으로 메모하기, 책을 읽고 파트별로 메모한 후 다시 읽어보고 자기 나름대로 요약하기 등 메모하는 방법을 자세하게 알려주고 있다. 생활 속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을 메모하라는 것도 새로웠다. 심지어 다른 사람과의 대화까지도.
개인적으로 책을 읽으면서 요약하는 것에는 주저하는 마음이 들었다. 일단 나는 휴식을 위해서 독서를 하는 편인데 조금 읽고 요약하고 다시 읽고 내 스스로 다시 요약하는 과정을 거친다면 그게 과연 쉬는 것이라고 할 수 있을까. 저자는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이기에 책을 읽고 요약을 해서 내 것으로 만들면 그것을 이용해서 새로운 것을 만드는 바탕이 되기에 이 방법을 이용하는 것 같다. 서로 독서의 목적이 다르므로 나도 책을 이용할 기회가 있을 때에는 괜찮은 방법인 것 같다.
이 책을 읽고 도움을 얻은 부분도 있다. 대화를 일지처럼 기록하라는 부분이었는데, 이것을 학급에 이용하면 어떨까 생각해 보았다. 하루동안 학생들과 했던 대화를 기록한다면? 그야말로 살아있는 학급일지가 될 것 같았다. 나는 노션으로 학급일지를 쓰고 있기 때문에 노션에서 캘린더 보기를 이용해 대화를 적을 페이지를 만들었다. 그리고 이왕 적는 거 조금 더 구체적으로 적고 싶어서 그날의 출석인원과 결석 또는 조퇴의 원인, 하루동안의 수업시간표, 그날 있었던 대화나 사건들을 기록하는 란을 만들었다. 그리고 그다음 날부터 바로 적용해 보았다. 그야말로 대화를 기록하는 것이기 때문에 내가 할 일은 늘었지만 그만큼 자세하게 하루를 기록할 수 있어서 괜찮은 방법인 것 같았다. 이 책을 읽지 않았다면 떠올리지 못했을 것이다.
기록하는 삶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모든 것을 기록하는 생활은 피곤하지 않을까. 나중에는 기계적으로 되지 않을까. 저자는 이런 부분까지도 고려하여, 기록하면서 순간의 생각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이야기도 했다. 생각하면서 기록하고 그것을 들여다본 후 자기화해서 요약하기. 다른 사람의 감정을 생각하면서 대화에 참여하기. 실제로 모든 것을 기록하는 것은 힘들겠지만 되도록이면 이렇게 살아가도록 노력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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