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죄의 경계, 야쿠마루 가쿠 리뷰
    텍스트 세상 2024. 2. 13. 23:25

      야쿠마루 가쿠의 ‘돌이킬 수 없는’을 아주 재미있게 읽은 기억이 있다. 그래서 이 작가의 신작인 이 책을 읽어보게 되었다. 표지에는 가운데 한 남자가 물에 털썩 주저앉은 채 고개를 푹 숙이고 있는 뒷모습이 그려져 있고, 검은 물결 같은 무늬가 책 전체를 뒤덮고 있다. 정확히 무슨 의미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아주 우울해 보인다.

     

      470쪽이라는 생각보다 두꺼운 책이었다. 그래도 아주 쉽게 읽혔다. 총 45개의 꼭지로 이루어져 있었고, 하나의 꼭지 길이는 적당했다.

     

      다만 읽을 때 등장인물의 수가 너무 많아서 일일이 기억하기 힘들었다. 그래서 메모장에 인물을 기록하면서 읽었는데 다른 책 보다 월등하게 많았다. 일본 이름이라 길이도 긴데 혹시나 뒷부분에 나오면 헷갈리지 않을까 염려도 되었다. 다행이라면 주로 나오는 인물 외에는 짧게 소개되었고 뒤에까지 이어지는 경우는 드물었다는 점이다.

     

      또한 이 책을 읽기 전에 ‘돌이킬 수 없는’과 같은 반전을 기대하고 읽었는데, 말하자면 그런 것은 없었다. 그래서 상당히 아쉬웠다. 몹시 아쉬웠다. 그렇지만 반전이 없다 뿐이지 내용이 재미가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그저 내가 생각했던 내용과는 결이 달랐을 뿐.

     

      시부야 스크램블 거리에서 누군가 아카리라는 여자를 상대로 도끼로 묻지마 범죄를 일으킨다. 마침 지나가던 아키히로라는 생면부지의 남성이 범죄를 막아주는 과정에서 사망하게 된다. 그 과정에서 ‘약속은 지켰다고… 전해 줘…’라는 말을 아카리에게 남기고 숨을 거두는데. 아카리는 범죄의 피해 트라우마를 겪다가 결국 이 메시지의 주인을 찾아 떠나게 된다.

     

      이 소설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아동학대’였다. 아동학대를 받으며 자란 아이들이 어떤 선택을 하고 어떻게 인생을 살아가는지, 그리고 아동학대는 어떻게 대물림되는지를 이야기는 말해주고 있다. 우리나라도 이 키워드로부터 자유롭지만은 않기 때문에 더 몰입해서 읽을 수 있었다.

     

      제목인 ‘죄의 경계’의 의미는 책의 말미에 나온다. 아주 정확하게 설명하기 때문에 재미가 반감된 면이 있기도 하다. 넌지시 알려줘도 괜찮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다. 죄의 경계를 넘은 사람과 넘지 않은 사람.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건 아동학대의 실상을 고발하는 것도 있지만 그것을 이겨내는 힘을 전달하려는 마음 아니었을까.

    댓글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