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 리뷰텍스트 세상 2020. 10. 18. 05:52
이 책이 나온지는 꽤 되었습니다. 2015년이니까 벌써 5년 전입니다. 그때는 글쓰기에 크게 관심이 없었습니다. 하루하루 일을 하고 피로를 푸는데 삶의 주안점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책이나 글쓰기는 딴 세상 이야기 같았습니다. 알쓸신잡이라는 프로그램에서 유시민을 처음 보게 되었습니다. 이전까지는 항소이유서나 다른 책들로 이름은 알고 있었습니다. 얼굴을 보고 목소리를 직접 듣는 것은 이때가 처음이었습니다. 처음 본 느낌은 말을 잘하시고 아는 지식이 많으시구나 이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티스토리를 시작하고 글쓰기를 시작하게 되자 조금 더 글을 잘 쓰고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때 이 책이 문득 떠올랐습니다. 그렇게 이 책을 읽게 되었습니다.
책을 읽고 있는데 내 귀에는 유시민 선생님의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마치 내가 아는 사람이 들려주는 것 같았습니다. 책은 글쓰기 특강이라는 제목 그대로 글쓰기를 잘하기 위한 방법을 알려주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딱딱하지 않고 술술 읽혔습니다.
잘못된 글을 유시민 선생님이 고쳐서 비교하는 부분도 가끔씩 나왔습니다. 지금까지 신문 기사나 칼럼, 잡지, 책들을 읽었을 때 그것이 잘못 쓰여졌다는 생각은 하지 못했습니다. 검열과 수정을 통해 세상에 나온 글이기 때문에 당연히 잘 쓰여 있겠지 하고 여겼습니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 나니 주변에서 보이는 글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TV연설도 마찬가지입니다.
어떤 부분이 잘못 되었는지는 책을 읽어보면 자세히 나와 있습니다. 어려운 한자말이나 서양말을 쓰지 말자. 단문으로 쓰자. 거시기 화법을 사용하지 말자. 이런 내용들은 어떻게 생각하면 다 학교에서 배운 내용들이기도 합니다. 그때보다 지금이 더 받아들이기 쉬운 이유는 무엇일까요? 아마 스스로가 글쓰기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개인적으로 이 책에서 가장 눈길이 가는 곳은 모국어가 중요하다는 부분입니다. 이 책에서는 어릴 때 영어나 외국어를 가르치는 것보다 모국어를 가르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합니다. 둘 이상의 언어를 마치 하나의 언어처럼 구사하는 다중언어 능력을 선망하여 영어유치원에 보내거나 외국어 조기교육을 시키지만 성공하는 것은 극히 드물다는 것입니다. 말하는 것뿐만 아니라 생각하는 데에도 언어가 있어야 하는데 모국어를 바르게 쓰지 못하면 깊이 있게 생각하지 힘들다고 합니다. 이 부분을 읽으면서 우리 아이를 앞으로 어떻게 가르쳐야 할지 많은 고민이 들었습니다. 주변에서 영어유치원이나 영어 교육을 당연시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 아이도 그렇게 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조금 더 지켜보고 아내와 함께 생각해볼 부분인 것 같습니다.
이 책에서 아쉬운 부분을 꼽자면 마지막 부분일 것 같습니다. 보통 책의 마무리라고 하면 지금까지 나온 내용을 요약한다든지 마무리를 짓는 것이 대부분입니다. 그렇지만 이 책은 다릅니다. 마지막 부분에 시험 글쓰기 부분이 나와 있습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다음 책으로 내용을 이어가도록 하고 있습니다. '다음 책을 사라는 건가? 상술같은데?'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찝찝한 마무리를 제외한다면 이 책은 분명 잘 쓰여진 책 같습니다. 글쓰기의 이유와 필요성, 방향성을 잡아주는데 도움이 되는 책입니다. 유시민 선생님의 개인적인 주장이 군데군데 들어 있어서 생각해볼 부분도 있습니다. 또한 이 책에서는 글쓰기에 도움이 되는 다른 많은 책들도 소개해 주고 있습니다. 기회가 된다면 언급된 책들을 모두 읽어보고 싶습니다. 시간이 흐른 뒤 이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을 다시 읽는다면 어떤 생각이나 느낌이 들 지 궁금해집니다.
'텍스트 세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죽음이란 무엇인가' 리뷰 (0) 2020.12.03 '방구석 미술관' 리뷰 (0) 2020.10.27 '더 해빙' 리뷰 (0) 2020.08.24 '역사의 쓸모' 리뷰 (0) 2020.07.27 '아들의 뇌' 리뷰 (2) 2020.06.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