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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이란 무엇인가' 리뷰텍스트 세상 2020. 12. 3. 12:01
서점에서 이 책을 처음 본 것은 아버지의 장례식을 마치고 얼마 지나지 않은 때였습니다. 평소 가던 것처럼 서점에 들렀다가 철학 카테고리에서 이 책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그 당시 아버지의 죽음이 나에게 엄청난 충격으로 다가온 때라서 그런 것 같습니다. 하지만 죽음에 관한 책을 본격적으로 읽어보기에는 적당한 때가 아니라고 생각이 들어 다음에 읽어 보자고 넘겼습니다. 그렇게 몇 년이 지나고 학교 도서관에서 우연히 이 책을 발견했습니다. 그래, 이제는 읽어도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읽어보게 되었습니다.
책의 제목만 보고 죽음을 경험한 주변 사람들을 위한 위로의 글이 담겨 있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책을 처음 발견했을 때의 저의 심정을 떠올리면 자연스러운 전개입니다. 하지만 이 책이 철학책이라는 점을 간과했습니다. 여기에서 작가는 철저하게 죽음에 관한 다양한 생각들을 여러 근거를 들어서 설명하고 있습니다. 또한 작가는 죽음에 대한 자신만의 뚜렷한 입장을 가지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이런 입장을 가질 수 있을까 생각했지만 책을 읽다 보면 작가의 생각이 이해가 되고 저 또한 그 논조에 동의하게 되는 모습을 보면서 내가 막연하게 생각했던 것과 논거를 가지고 하나하나 따져 보는 것은 완전히 다른 것이라는 것을 체험할 수 있었습니다.
먼저 이 책의 처음 부분에서는 인간을 바라보는 여러 관점 - 영혼 관점, 육체 관점, 인격 관점 - 에서의 논의가 계속됩니다. 죽음이 앗아가는 것들의 박탈 이론이 그 뒤를 잇습니다. 그리고 영생, 삶의 가치, 죽음을 마주하는 태도 마지막으로 자살까지 죽음과 관련된 여러 분야를 각각 논거를 들어서 분석하고 있습니다.
이 책은 약 500페이지 정도 되는 두꺼운 책입니다. 그리고 죽음의 철학적인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이 책을 온전하게 읽어내기는 시간도 오래 걸리고 개인적으로 힘들었습니다. 그렇지만 꽤나 매력적인 책임에는 틀림없습니다. 평소 막연하게 죽음과 관련된 여러 부분을 알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작가의 강의 내용을 따라가면서 내가 뚜렷한 근거도 없이 그저 단편적으로만 여기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다양한 가정을 들면서 하나하나 철저하게 구체적으로 파악해 나가는 과정을 통해 죽음에 대해 본질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작가의 의견이 워낙 뚜렷하기 때문에 나와 작가의 의견이 대립한다면 내 나름대로의 이유와 근거를 생각해 보면서 책을 읽는 것도 또 하나의 즐거움이라고 생각됩니다. 자연스럽게 작가의 생각에 동의하기보다는 비판적으로 책을 읽어나가는 것도 공부이기 때문입니다. 개인적으로 마지막 파트인 자살에 관련된 부분에 대해서는 동의하기가 힘듭니다. 이런 점들을 내 입장과 근거를 생각해 보고 작가의 주장을 하나씩 반박해 보는 것도 즐거움이었습니다. 물론 그렇게 하기에는 상당한 시간이 들었지만 포기할 수는 없었습니다.
작가의 마지막 말에도 나오듯이 이 책을 읽게 되면 죽음에 대해 막연하게 두렵게 여기거나 너무 빨리 죽음이 다가오는 것에 대해 걱정하기보다는 죽음이란 당연히 오는 것이기 때문에 잘 살아야 한다는 마음이 깊은 곳에서부터 솟아오르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저 또한 그랬습니다. 계속해서 열심히 살아가기 위해 죽음을 회피하기보다는 이런 사색하는 기회를 통해 진지하게 내 존재를 생각해 보는 것이 삶을 향한 원동력이 될 것이라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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