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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향수통 보내주기
    미니멀 세상 2020. 5. 25. 21:47

    다비도프 쿨워터 향수통

      사실 이건 아버지 향수다. 3년 전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유품 중에서 아직 쓸만한 물건을 내가 쓰게 되었는데 저 향수도 그때부터 사용하였다. 아버지는 항상 다비도프 쿨워터 향수를 쓰셨다. 내가 어릴 때도 그랬다. 어린 나는 왠지 이 냄새가 아저씨 냄새같아서 싫었다. 어른이 된 다음에도 목욕탕 스킨냄새가 나서 다른 향수를 썼다. 그런데 이 향수를 왠지 버리지 못해서 내가 가져와서 사용하였다. 처음에는 여전히 스킨냄새가 났지만 조금씩 쓰다 보니 특유의 시원한 향이 익숙해졌다. 당시 여자친구인 지금의 아내도 이 향수의 향이 좋다고 말해주었다. 내가 이상했던 건가 싶었다. 다비도프 쿨워터는 아버지 향수라는 인식이 있었기 때문에 어릴 때 더 사용하지 않았는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이 향수를 사용하였다.

     

      하지만 나름 열심히 썼다고 생각했는데 양이 줄지 않았다. 갑자기 다른 향수가 끌려서 이것저것 사용하면서 점점 나에게 잊혀져 갔다. 화장실 한구석에 항상 놓여 있었다. 볼 때마다 이거 써야 하는데 그래야 하는데 다른 것들을 먼저 사용하게 되었다. 벌써 3년이나 지났다. 아직 잔고르기하는 소주잔만큼 양이 남아 있지만 이제는 보내주려고 한다. 이 향수통을 볼 때마다 아버지 생각이 많이 났었는데 그래도 사용하지 않은 시기가 많아졌기 때문에 보내준다. 앞으로 내가 이 향수를 다시 쓰게 될까? 어릴 때는 향이 싫었지만 이 향수를 쓰면서 점점 좋아졌기 때문에 뭔가 미련이 남은 건지도 모르겠다. 앞으로 이 향수를 다시 사게 될 지 모르겠지만 지금의 이 향수통은 버릴 것이다. 무언가 추억이 많은 물건을 버리기에는 더 많은 용기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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