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에게는 몇 년 동안 함께 해 온 책상이 있습니다. 처음 책상을 사러 갔을 때 이것을 보고 너무 마음에 들어서 구입했었습니다. 그 후 제 방에서 저와 계속 함께 있었습니다. 다른 책상과는 다르게 이 책상은 가로길이가 2m였습니다. 그래서 한쪽에는 컴퓨터, 다른 한쪽에는 책 읽는 공간을 만들어서 번갈아 가며 생활했습니다. 데스크톱을 쓰고 있었기 때문에 책상이 작으면 책상 위에 모니터가 올라가게 됩니다. 그렇게 되면 책을 읽을 때 방해가 되기도 하고 계속해서 컴퓨터를 하고 싶은 생각이 나기 때문에 공간 분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던 차에 이 책상을 발견하게 된 것입니다. 집에 들여놓고 보니 더 마음에 들었습니다. 제가 생각했던 노는 것과 공부하는 것의 분리가 가능한 책상이었기 때문이지요. 바로 옆에 컴퓨터가 있기는 했지만 일단 공부하는 책상 부분에 앉으면 컴퓨터가 안 보이기 때문에 집중을 하기 쉬워졌습니다. 일단 눈에 안 보이니까 생각이 안 나더라고요. 그렇게 제 임용 공부와 자격증 공부, 토익공부 등 다양한 공부를 집중력 있게 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니까 더욱 이 책상에 애착이 생겼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신혼집에 들어온 첫 날 생겼습니다. 신혼집이 원래 생활하던 곳보다 작은 집이었기 때문에 작은 방에 이 책상을 두게 되면 방문이 온전하게 닫히지가 않았습니다. 어떻게 할까 궁리하다가 어느 인테리어 사진을 보고 이 책상을 부엌 식탁으로 두면 되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일단 부엌도 작은데 이 책상을 두니 공간이 꽉 차서 조금 답답했습니다. 그리고 더 큰 문제는 반대쪽 긴 면이 철판으로 덮여 있어서 그쪽에는 앉을 수가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항상 그 면을 벽 쪽에 두고 생활했었기 때문에 철판이 있다는 생각은 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렇게 식탁으로 쓰려는 계획은 취소가 되었습니다. 결국 문을 다 닫을 수는 없지만 작은 방으로 이 책상을 넣게 되었습니다. 버리고 다른 책상을 사자는 와이프의 의견도 있었지만 제가 너무 이 책상을 좋아해서 버리지는 못하게 하였습니다.
한창 신혼집에서도 결혼 전과 마찬가지로 한 쪽에는 컴퓨터, 한쪽에는 공부하는 곳으로 사용하였습니다. 그러다 문득 어느 날 작은 방을 유심히 보게 되었습니다. 한쪽 면이 책상으로 꽉 차 있고, 문도 닫히지 않는 답답함이 느껴졌습니다. 나는 계속 이 책상과 함께 살았지만 와이프는 갑자기 남편이 커다란 책상을 들고 와서 버리지도 말자고 하니 집안에 놓고 사는데 그동안 너무 답답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너무 미안했습니다. 나는 왜 이 책상을 이리고 버리지도 못하게 해서 답답한 집에서 살고 있는 것일까. 결국 큰 마음을 먹고 이 책상을 버리고 작은 책상을 하나 사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되면 그 작은 책상 위에는 다시 모니터가 올라가서 이전의 노는 것과 공부하는 것의 분리가 되는 생활을 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데스크톱과 모니터도 함께 버리기로 했습니다. 폐가전 방문수거 배출예약시스템에 예약을 하니 수거해 가셨습니다. 책상은 재활용센터에 연락하니 수거해 가셨습니다.
커다란 책상과 큰 모니터, 데스크탑까지 사라지니 공간이 생겼습니다. 그동안 아끼던 물건들이었는데 없어지니 이상하게 편안함을 느꼈습니다. 지금까지 왜 아등바등 버리지도 않고 살았을까. 현재 새롭게 바뀐 작은 방에는 작은 책상과 노트북이 있습니다. 새로 들여온 책상의 가로는 1200cm입니다. 그래도 충분하다고 느껴집니다. 성능이 좋은 데스크톱 대신에 약간 다운그레이드 된 노트북이 있습니다. 그래도 괜찮습니다. 살아가는데 아무런 이상과 불만이 없습니다. 없어진 물건만큼 평온함이 그 자리를 차지합니다. 지금까지 몰랐습니다. 솔직히 죽을 때까지 함께 갈 줄 알았습니다. 이런 변화를 귀찮아했던 것일까요, 두려워했던 것일까요. 책상 덕분에 물건에 대한 집착에 대해 조금 더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앞으로 조금 더 줄여나가도록 해야겠습니다.
'미니멀 세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임용 책 보내주기 (0) 2020.06.02 책받침대, 종이받침 보내주기 (0) 2020.05.26 향수통 보내주기 (0) 2020.05.25 휴대폰케이스 보내주기 (0) 2020.05.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