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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는 사람, 하정우' 리뷰텍스트 세상 2021. 6. 11. 14:35
지난 4월과 5월 동안 오전에 시간이 조금 나게 되었습니다. 8시에서 12시까지 시간이 나서 무엇을 할까 하다 집 주변을 걸어보자고 생각했습니다. 우리 집 뒤에는 백양산이 있었지만 지금까지 한 번도 가본 적은 없었습니다. 딱히 궁금하지도 않았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시간이 나고 걸어보고 싶다는 마음이 생기자 우선 거기부터 가보자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백양산 산책로는 생각보다 잘 되어 있었습니다. 10분 정도는 급경사가 계속되지만 그 코스만 지나면 평탄한 둘레길이 나왔습니다. 왼쪽으로는 신라대, 오른쪽으로는 선암사 또는 어린이 대공원까지 코스도 다양했습니다. 거의 10km 되는 거리였고 13,000보 정도 되는 거리였습니다. 이렇게 걸으니 생각보다 기분이 상쾌하기도 했고 집에 돌아오면 머릿속이 깨끗해지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이렇게 걸으니 체중도 약간은 줄었습니다. 한동안 집 뒤 산책로를 다니다 이제는 도심으로 가보자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서면까지 갔다가 시민공원을 지나 집까지 오니 거의 3~4시간이 지났습니다. 걸음으로는 13,000보에서 15,000보 정도 되었습니다. 이렇게 계속 걷게 되니 이제는 걷기와 관련된 책도 궁금해졌습니다. 책을 찾아보자 배우 하정우가 쓴 이 책이 눈에 띄었습니다. 그전까지는 영화에서만 접한 배우였는데 이렇게 걷기도 좋아하는구나 하고 신기하기도 하고 궁금하기도 해서 읽게 되었습니다.
이 책은 총 3 부분으로 되어 있습니다. 1부는 걷기와 관련된 내용, 2부는 걷기도 있지만 조금은 하정우라는 사람과 관련된 내용, 3부는 배우와 연출, 제작자, 화가로서의 하정우의 내용이 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한 가지 신기했던 것은 거리를 이야기할 때 몇 보, 몇 걸음 이렇게 표현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리 많이 걷지는 않았지만 저도 조금 걷고 나니 자연스럽게 내 걸음 수가 궁금해지고 표현도 그렇게 하고 있어서 여기서 동질감이 느껴졌습니다.
또 이 사람은 정말 많이 걷고 걷는 것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출퇴근을 걷기로 하고 하루에 2만 보는 기본이고 집에 러닝머신까지 있어서 걸을 수 있다니. 또한 걷는 것을 혼자만 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 맞는 사람들과 함께 하는 것도 계속 걷게 하는 원동력이 되는 것이구나 생각이 되었습니다.
지금은 해외여행을 할 수 없지만 만약 하게 된다면 하와이도 가보고 싶어 졌습니다. 걷기 위해서 하와이에 가다니. 직접 가보지 못했기 때문에 어떤 느낌일지 느껴보고 싶습니다. 오로지 걷는 여행. 요즘 유튜브를 보면 전국을 도보로 여행하는 사람들이 종종 보입니다. 그냥 힘들겠다, 콘텐츠를 위해 저렇게까지 고생하는구나 생각이 들었는데 나도 기회가 된다면 이렇게 걷기만을 위한 여행을 떠나고도 싶습니다.
예전에 '롤러코스터'라는 영화가 나왔을 때 본 적이 있습니다. 하정우라는 배우가 직접 연출하고 웃기는 영화다. 이렇게만 생각했었는데 이 책을 읽고 그 영화가 어떻게 나오고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알게 되니 또 새삼 다르게 그 영화가 느껴집니다. 그냥 재미로 만든 영화가 아니구나. 가볍게 생각해서 미안하다.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자신의 일을 위해 묵묵히 걸어가는 내용을 읽으면서 나의 삶도 돌아보는 시간이었습니다. 슬럼프에 빠졌을 때, 번아웃에 빠졌을 때 가만히 있지 않고 평소 나의 루틴을 계속해서 해 나가는 것이 바로 극복하는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되기도 했습니다. 매일 걷는 것이 하정우의 루틴이듯 나도 나만의 루틴을 만들고 싶습니다. 단순한 루틴, 그리고 계속할 수 있는 루틴을 만들고 싶습니다. 걷는 것이 될지 다른 것이 될지 조금 고민해봐야겠습니다. 아직 나 자신을 모르는 것 같습니다. 더 많이 단순해져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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